2008년 07월 27일
과자, 브라우니



1. 엄마가 골프에 빠진 건 최근의 일이다. 근 십 년간 함께 치자고 엄마를 설득하던 노력이 빛을 본 아빠는
요즘 무척 기쁜 모양이다.
2. 이주에 한 번 정도 아빠 친구 분 셋, 엄마 친구 분 셋 도합 여덟 분이 골프 모임을 하는데 거의 골프를
핑계삼은 원유회 분위기다. 달디단 간식을 각자 엄청나게 챙겨오신단다. 생초콜릿을 두툼히 입힌 블루베리나
물엿과 올리고당을 들이부은 호두파이나 설탕과 우유와 시럽을 담뿍 넣고 잘 휘저은 냉커피 등등. 도중에 체력이
떨어지면 즉각 혈당치를 올려줘야 한다나. 그 소리를 듣자 한 달 내내 무기력하기만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박혀 먹기만 하던 내가 어쩐 일인지 뭔가 만들고 싶어졌다. 집에 저울이 없어서 컵과 티스푼 계량을 하는
해외요리 사이트를 뒤졌다. 당첨된 것은 몇가지 버터쿠키와 브라우니.
3. 냉동실에 넣어둔 버터는 매대에 아무렇게나 놓여 팔리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통치즈덩어리같다. 투명한
얼음 틀 아래에서 얌전하게 눈에 띄는 보얗게 노오란 빛깔. 커다랗게 한 덩이를 잘라내어 말랑해질 때까지
녹이고 찬장에서 과자용 밀가루와 황설탕, 달걀을 꺼냈다. 집에서 과자를 만드는 건 근 일 년 반 만이라 어째
묘하게 새로운 느낌이다.
4. 부드러운 과자반죽, 그러니까 굽기 직전의 쿠키도우는 살짝 잘라내어 먹기만 해도 맛있다. 제과제빵의
기본은 버터와 설탕과 달걀이 아니던가. 밀가루에 저 기본재료만 듬뿍 써서 잘 굽기만 해도 훌륭한
파운드 케이크가 되니까.
도우를 반으로 나누어서 오물 조물 동그란 찰떡을 빚듯 모양을 내고, 한쪽엔 콩알 반쪽만 한 초콜릿칩을 촉촉촉
박아넣는다. 다른 쪽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홈을 판 다음 딸기잼을 얹어준다. 아직 굽기도 전이건만, 이미
내 입술엔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 잘라먹은 도우의 덧밀가루가 하얗게 묻어 있다.
# by | 2008/07/27 15:10 | 음식 | 트랙백 | 덧글(3)
